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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이 소환한 베르나차 와인

2020.03.25 10:34

더센트 조회 수:130 추천:6

단테 신곡이 소환한 베르나차 와인

 

산지미냐노(San Gimignano) 자치도시 거부들은 경제능력을 탑 쌓기로 과시했다. 도시가 황금기를 누리던 13세기 무렵에 탑은 72개에 달했다고 한다. 역사는 당시 인구를 1 3천 명으로 기록하는데 180명 당 한 개의 탑이 돌아간 셈으로 산지미냐노가 탑의 도시란 별명을 얻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부자들은 탑 수를 놓고 경쟁을 벌였으나 높이에도 연연했다. 이들이 쌓은 탑들은 최고 행정 관청사에 딸린 토레 로뇨사(Torre Rognosa)탑 높이인 52미터를 초과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이에 포데스타 최고 행정관은 토레 로뇨사 키를 넘는 민간 탑 축조를 불법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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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쌓기 전쟁에 가장 혈안이 되었던 아르딘겔리(Ardinghelli)와 살붓치(Salvucci) 가문은 포데스타의 명을 무시했다. 최근 발견된 사료에 따르면 높이로는 경쟁할 수 없게 되자 이들은 쌍둥이 탑을 지어 대리만족을 느꼈다. 가문 성을 딴 살붓치 탑과 아르딘겔리탑이 그 예다. 관권도 막을 수 없었던 허욕을 1348년 산지미냐노를 덮친 흑사병이 끊었다. 전염병은 인구의 70%를 숨지게 했고 도시는 급속히 쇠퇴했다. 그 많던 탑들은 16개로 줄어들었고 그나마 연명한 탑들은 지금의 크기로 반 도막이 났다.

 

탑은 쓰임새가 다양했다. 탑 축조할 때 둘레 면적은 줄이면서 크기는 최대로 키워야 했기 때문에 벽 한쪽 두께가 2미터나 두꺼웠고 창문은 작았다. 어둡고 비좁은 탑 내부는 감옥에 적당해 토레 로뇨사 탑은 오랫동안 시민 감옥으로 쓰였다.  흥미로운 건 탑 주인이 탑을 거주지로 삼았다는 거다. 화장실 없는 고시 원룸을 여러 개 포개 놓은 형상이랄까? 방 마지막 층에는 부엌을 들였다. 탑 주인은 정적이 침입해 탑을 차지하거나 가족에게 해를 입힐까 봐 여러 방책을 강구했다. 정문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내거나 맨 몸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높은 곳에 만들었다. 출입은 오직 낮에만 정문에 내 걸리는 사다리를 타야 가능했고 밤에는 걷어 올려졌다. 예나 지금이나 부자는 발 뻗고 편히 자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1299년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가 산지미냐노에 다녀갔다. 피렌체 궬피당(교황당)연맹 대사로 임명된 단테가 이 곳에 온 목적은 연맹 가입을 권유하기 위해서다. 로마 성전 순례길이 지나는 교통 요지며 사프란과 베르나차 와인 무역으로 부를 누리고 있던 산지미냐노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비록, 산지미냐노 시민은 단테의 언변에 설득 당하지는 않았지만 단테가 머물렀던 시청사(Palazzo del Popolo) 건물 1층 내부를 단테 홀(Sala di Dante)로 헌정함으로써 단테를 기억했다.

 

단테는 산지미냐노에서 보냈던 며칠을 신곡으로 남겼다. 시인은 베르나차(Vernaccia) 와인을 연옥 편에서 이렇게 썼다.

"성교회(聖敎會)를 그 팔에 안아 보았나니. 투르 사람으로 지금은 대제(大齊)로써 볼세나의 뱀장어와 베르나차 술의 속죄를 하느니라.“(연옥편 제 24 19-24).

 

시인 비르질리오 안내로 단테는 연옥을 여행하던 중 몹시 얼굴이 여윈 죄인(투르 사람)을 만난다. 죄인은 교황 마르티노 4세로 단식의 죄 값을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교황이 이승에서 저지른 죄목은 식탐. 볼세나 호수에서 잡은 뱀장어를 베르나차 와인에 담가 술 취하게 한 뒤 구워서 먹었다. 그것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산조베제가  주요 산지인  토스카나 바다에서 베르나차는 섬 같은 존재다

산지미냐노가 베르나차 와인을 첫 생산한 기록은 1276년 문서에서 발견된다. 지금은 산지미냐노 근교가 세계 유일한 산지로 확고히 자리 잡았지만 베르나차 원산지는 비밀에 싸여있다. 어원의 애매 모함 때문인데 Vernaccia이곳을 의미하는 라틴어 vernaculum의 변형임을 주장하는 이들은 자생 품종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리구리아주 친궤테레에 속한 베르나짜(Vernazza)어촌과 발음이 비슷하므로 외래 도입종이란 설도 있다.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이하 베르나차) 와인의 주요산지는 산지미냐노 주변의 7군데 마을이다. 총 넓이가 720헥타르인 포도밭은 고도가 200~400미터 간격대에 놓여있다. 지질 나이가 플리오세 (6백만 년에서 1백만 년 사이)일 때 서서히 융기한 해저가 토양의 근간이다. 일명 황색 모래토라 하는데 결합력이 느슨해서 뿌리가 침투하기 쉽고 투수성이 뛰어나다. 베르나차 품종만으로 양조하는 게 추세이지만 블랜딩 와인일 경우, 베르나차 품종이 85 % 이상, 남는 부분은 토스카나주 허용 화이트 품종을 최대 15%까지 혼합할 수 있다.  수확 후 5개월 뒤면 시판하는 기본와인과 11개 월 후에 시판하는 리제르바 타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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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홀(Sala di Dante) 내부에서 열린 시음회. 단테 홀은 1299년 산지미냐노를 다녀간 단테 알리기에리에 헌정하는 홀이다>

 

 

지난 2 19위대한 토스카나 클래식 와인과 신세계 뉴 클래식 와인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단테 홀에서 시음회가 열렸다. 사회를 맡은 알레산드로 토르콜리(Alessandro Torcoli, Civiltà Del Bere 이탈리아 와인& 푸드 매거진 편집장)씨는 시음 전에  클래식단어 뜻풀이가 앞서야 한다며 마스터 오브 와인 (Masters of Wine)인 존 호스킨스(John Hoskins)씨의 말을 인용했다. 마스터 오브 와인 문제 출제 위원장(Chairman of the Master of Wine Examination)이기도 한 호스킨스씨는 클래식(Classic)은 고유함이다. 다른 와인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스타일이며 주요시장에서 구매가 가능해야 한다라고 정의했다.

 

흔히 스타일은 지역성과 혼용되고 있다. 두 요소는 보완적이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다. 스타일은 시음자가 쉽게 가려낼 정도로 분명하지만 포도가 자란 지역성 표현에 인색한 와인이 있고 그 반대 경우도 있다. 이어서 편집장은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와인은 고유함과 지역성 충성도가 높은 와인이라 강조했으며 베르나차와 국제 화이트 품종 와인 비교 시음은 이해를 돕는다고 말했다.

 

필자는 지면상 베르나차 와인 시음 노트만 공유하기로 했으며 이점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베르나차 와인은 토르콜리씨가 직접 골랐으며 60여 개의 샘플을 반복 시음한 후 선발된 6종류다.

 

곁들이고 싶은 말 해외에서 구매한 베르나차 와인은 끼안티 클라시코나 끼안티 와이너리가 생산자인 경우가 많다. 그들이 오래 전에 구축해 놓은 유통망을 통해 베르나차 와인 구매가 쉬어진 탓이다. 이 유통망과 연결되지 못한 산지미냐노 와이너리는 50군데가 넘는다. 다수가 품종 개성을 멋지게 살린 고품질 부띠크 와인이다.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 컨소시엄 협회 사이트(http://www.vernaccia.it/The-Producers/List/page:1/) 를 방문해서 The producers à List 순으로 클릭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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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는 왼쪽부터 Mormoraia, Teruzzi, Fattoria Poggio Alloro, Il Colombaio di Santa Chiara, Panizzi, La Latra>

 

1. Vernaccia di San Gimignano Ostrea 2017. Mormoraia와이너리

2017년이 덥고 건조한 해였지만 포도나무 수령이 38년이라 가뭄 스트레스를 덜 겪었다. 산도와 아로마가 뛰어나며 적절한 수확 타이밍이 비결이다. 알코올 13. 밝은 노란색이 돌며 기분 좋은 레몬, 허브 ,사과, 서양배 향이 퍼진다. 어린 베르나차의 발랄함과 솔직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2. Vernaccia di San Gimignano Le Mandorle Riserva 2014 .  Fattoria Poggio Alloro 와이너리

알코올 13. 아몬드, 호두, 대추, 화이트 초콜릿 향에 산화취가 가볍게 묻어 나와 내추럴 와인 느낌을 준다. 짠맛이 드라이한 맛을 높인다. 신선한 산미와 쌉쌀한 뒷 맛이 감칠맛을 더한다.

 

3. Vernaccia di San Gimignano Sant’Elena 2016. Teruzzi 와이너리

알코올 13.5. 레몬 껍질 톤과 닮은 노란색이 식욕을 일으킨다. 아몬드, 허브, 아몬드, 백후추, 이스트 향이 잔잔하게 퍼지며 페트롤 향이 이어진다.

 

4.Vernaccia di San Gimignano L’Albereta Riserva 2014. Il Colombaio di Santa Chiara 와이너리

알코올 13. 팝콘, 살구, 바닐라, 페트롤 향이 은은하다. 전체적으로 입안에서의 질감이 매끄러우며 단단한 구조는 차분한 느낌을 준다.

 

5. Vernaccia di San Gimignano Riserva 2013. Panizzi와이너리

알코올 13.5. 옅은 노란색이 돈다. 사루비아, 아카시아 꿀, 들 꽃, 자몽, 멜론, 페트롤 향이 기품있다. 쌉쌀한 아몬드 맛과 결합한 산미는 입안에 신선한 풍미를 남긴다.

 

6. Vernaccia di San Gimignano Riserva 2013. La Lastra 와이너리

알코올13.5. 자몽, 복숭아, 열대과일, 스파이시 계열 향이 조화롭게 피어난다. 예리한 산미는 농축된 맛과 시너지를 일으켜 생동감을 준다.

(이미지 제공https://suitcasemag.com/travel/explore/destination-inspiration-san-gimignano-italy/)

 

WRITTEN BY Nanyoung Baek

Sommelier of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Wine Writer, Blogger, Judging Panel at Wine Competitions

President of BARBAROLSCUOLA(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Member of Cheese Tasters Panel for EUROFINS Cheese Laboratory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Italiana Sommelier) 과정 1,2,3 레벨 이수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SCUOLA)운영

각종 온라인 매체 와인칼럼니스트,

ONAF(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o) 주관하는 치즈 테이스터 과정 1레벨 이수  EUFOFINS 치즈 평가기관 치즈 평가원 멤버

블로거 (주소http://blog.daum.net/baeknanyoung/?t_nil_login=my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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