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와 한식의 조화

2021.05.03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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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와 한식의 조화

와인의 나라인 프랑스에서는 일찍부터 와인과 음식의 조합을 ‘마리아주(mariage, 결혼)라고 표현하며 매우 중요한 것으로 인식해왔다.
좋은 소믈리에(sommelier)의 기준을 얼마나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손님에게 추천해 주느냐로 판단할 정도이고
와인과 음식의 적절한 조합이 1+1=2가 아닌 1+1=3이나 그 이상의 결과를 낼 수도 또는 0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전통주가 쉽게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없는 상황 탓에 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흔히 마시는 소주와 맥주의 원 샷 문화 덕에 여기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도 적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어떻게 전통주와 음식을 보기 좋게 중매할 수 있을지 궁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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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통주 시음의 방법
사실 술과 어울리는 안주라는 것이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것이 내가 이 글에서 말하는 내용이 잘 못되었을 것을 대비하여 파놓는 비상구일 수도 있겠으나, 남들이 아무리 맛있다고 하는 술과 안주도 내가 싫으면 그만이요 반대로 남들은 말도 안 되는 조화라고 할지라도 내 입에 맞으면 그것이 천하일미가 아니겠는가? 여기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음식과 요리를 조화시키는 몇 가지의 방법론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은 술을 제대로 감상하고 맛 볼 줄 알아야 거기에 맞는 음식도 제대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통주를 시음하는 방법에 대해서 써보도록 한다.

1)눈을 이용한 감상
전통주를 시음할 때는 오감을 사용해서 술과 대화해야 한다. 우선 눈으로 술이 가지고 있는 빛깔을 감상한다. 술은 탁하지 않고 맑으며 표면은 반짝거리는 것이 좋다.(물론 탁주의 경우는 예외다.)일반적으로 그러한 술들이 정성을 들여서 만들고 좋은 상태에서 보관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술이 잔을 타고 흘러내리는 점도를 통해서 술이 가지고 있는 알코올의 정도나 당분의 정도를 가늠 할 수도 있으며, 재료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2)코를 통한 감상
눈으로의 대화가 끝났다면 술잔을 코로 가져가서 향을 감상하자. 흔히 와인에 비해서 전통주는 향의 중요성이 덜 하게 평가되기도 하지만 전통주에도 매력적인 향들이 많다. 우선 향을 통해 술의 상태, 주재료와 부재료를 알 수 있다. 쌀을 사용했는지 찹쌀을 사용했는지 아니면 밀가루나 그것도 아니면 옥수수를 사용했는지 거기에 솔가지나 꽃 잎, 엿기름, 고추 등 어떠한 재료로 향을 더 했는지를 알 수가 있다. 또한 전통방식의 누룩을 사용했는지 아니면 배양누룩을 사용했는지 술의 향이 알려주는 정보는 굉장히 많다. 향을 감상할 때는 잔을 흔들지 않은 상태로 1차적인 향을 감상한 후에 잔을 가볍게 흔들어 2차적으로 올라오는 향을 느끼는 것이 좋다.

3)입을 이용한 감상
보고 맡았으니 다음은 마시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되도록 원 샷은 피하고 술을 한 모금 입안에 머금고 혀 전체에 적셔가며 굴려보자. 우리의 혀는 각각의 맛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다. 때문에 천천히 입안에 머금어 봐야 술이 어떤 맛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전통주에는 단 맛, 신맛, 짠맛, 매운맛과 떫은맛 까지 다양한 맛이 존재한다. 어떤 맛을 가지고 있는 술인지 알아야 어떤 안주가 잘 어울릴지 알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4) 목넘김과 여운
술은 마셔야 제 맛이듯 이제는 넘길 차례이다. 소주를 마시고 “캬~”소리를 내는 것은 알코올의 자극적인 맛이 목을 적시기 때문인데 전통주를 시음할 때는 넘기고 “캬~”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얼마나 부드럽게 목을 넘어가느냐를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 넘기고 난 후에 입안에 남는 향과 맛의 여운이 얼마나 지속되는 지도 중요하며 이것은 좋은 술의 아주 중요한 척도가 된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술을 감상하고 맛보면 술의 품질을 가늠해 볼 수 있을 뿐아니라 어떠한 음식이 잘 어울릴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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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몇 가지 기준에 따른 전통주와 한식의 조화 방법

1)일반론

가) 생선류
생선이나 해산물은 일반적으로 법주나 화랑과 같은 순곡 청주들과 좋은 궁합을 보인다. 하지만 연어나, 참치, 방어 같은 붉은살 고기나 굽거나 튀긴 생선 또는 갑각류에는 약주나 강한 소주도 잘 어울린다.

나) 가금류&야생조류
우리가 집에서 기르는 닭, 오리, 칠면조, 비둘기 또는 꿩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가금류의 고기는 일반적으로 육고기에 비해서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여기에는 약주 계열의 술들이 잘 어울린다. 

다) 돼지고기
돼지고기는 붉은 고기지만 소고기 보다는 맛의 진하기는 덜하고 대신 특유의 풍미가 있다. 때문에 특유의 풍미를 눌러줄 수 있는 소주 계열의 술이나 향이 짙은 오가피나 사삼주, 막걸리와 두루 잘 맞는다. 단 고추장 불고기나 두루치기, 양념갈비처럼 양념이 강하게 된 음식에는 소주보다는 과실주 쪽이 어울린다. 

라) 소고기
소고기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고기 중에서 가장 맛이 풍부하고 진한 축에 속한다. 물론 조리 방법이나 부위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소고기는 일반적으로 도수가 높은 전통 소주류와 잘 어울린다.

2)질감에 따른 조화
이제 정말 어떤 기준들로 술과 안주를 짝지어 줘야 하는지 알아보자. 먼저 바디(Body)감에 따른 기준이다. 그 전에 먼저 바디감이 무엇인지 설명을 하자면 우리가 술을 입안에 머금었을 때 입안에 차는 정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물을 마시고 입안에 느껴지는 감각과 두유를 마셨을 때 입안에 느껴지는 감각은 다르다. 그 느낌이 물에 가까우면 가볍다고 말하고 두유에 가까울수록 무겁다고 하는 것이다. 술 뿐 만 아니라 음식에도 이 개념이 적용되는데 이 때는 입안에서의 느낌보다도 음식이 갖는 무게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흰 살 생선회나 나물을 먹었을 때와 파전이나 장어구이를 먹었을 때 느끼는 음식의 무게는 다르다. 이는 대게 음식의 기름진 정도나 양념의 강한 정도 또는 질기거나 풍미가 강함에 따라 결정된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자면 음식이 양념갈비찜일 경우 가벼운 청주나 향이 섬세한 약주 보다는 강한 양념과 고기의 질김을 이겨낼 수 있는 과실주나 단 맛이 있는 약주나 탁주가 어울릴 것이다. 특히 탁주의 경우 안주가 수분함유가 적어야 특유의 청량감을 더 살릴 수 있다. 운동 경기를 할 때도 같은 체급의 선수들끼리 대진을 하듯이 어떤 한쪽에 다른 한쪽이 짓눌리지 않도록 비슷한 무게들끼리 짝을 지어주는 방법이다. 예)삼해주-나물무침, 송화백일주-사찰음식, 복분자주, 들국화주-장어구이, 보쌈, 막걸리-삼합, 파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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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향에 따른 조화 
술이 가지고 있는 향에 따라서 음식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두 가지의 요령이 있는데 우선 술에 쓰인 재료를 이용하여 만든 술을 짝 짓는 방법이다. 이렇게 될 경우 술의 향과 음식의 향이 극대화 되어 상생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삼계탕과 인삼주를 함께 할 경우 인삼의 향을 더욱 즐길 수 있으며 송이주와 송이버섯 요리를 함께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송이의 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술의 향을 살리기 위해 안주를 가벼운 것을 선택하거나 안주의 향을 살리기 위해 술을 가벼운 것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신선주같이 다양한 약초를 사용한 초취가 강한 술에는 이를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두부나 양념이 강하지 않은 나물 종류를 짝지어 주면 좋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섬세하고 맑은 느낌의 전통 소주나 송죽 오곡주 같은 술에도 성격이 강하지 않은 포 종류와 생선회 또는 육회가 잘 어울린다. 예)서주-감자전&감자떡, 연엽주-연근, 두견주-두견화전, 인삼 막걸리-인삼정과

4)맛에 따른 조화
떫거나 텁텁한 술 또는 알코올이 높은 술은 비교적 질기거나 풍미가 강하고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린다. 떫은맛은 고기 등의 질긴 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작용을 하는데 예를 들어 머루로 만든 술이나 최근 시도되고 있는 한국 와인에 포함되어 있는 떫은맛을 내는 탄닌 성분은 질긴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알코올이 높은 술은 입안에 기름기를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 소주 종류가 생선구이와 만났을 때 생선구이의 담백함은 살려주면서 기름은 씻어주는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매실주의 경우에는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있기 때문에 비슷한 맛의 골뱅이 무침이나 회 무침 등과 잘 어울리고 칼슘흡수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뼈째 먹는 생선회와도 좋다. 텁텁하고 거친 술은 음식의 강한 풍미를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홍어의 강한 맛이나 김치의 젓갈 맛을 막걸 리가 잘 눌러주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단 맛이 나는 술은 식사를 한 후에 한과나 약과와 같은 후식과 잘 맞으며 의외로 짭짤하거나 발효된 음식들과도 좋은 궁합을 보인다. 단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음식의 신 맛이 너무 강하면 술이 가진 상큼한 신맛이 상대적으로 밋밋하거나 없게 느껴져서 좋은 궁합이 되지 못한다. 반대로 술이 너무 신 경우에도 음식의 신 맛을 느끼지 못하게 해서 좋은 궁합이라고 할 수 없다. 예)남한산성소주-육회&굴전, 불로주-숯불갈비, 이화주-드레싱한 야채 샐러드

5)생산지역에 따른 조화
생산지역에 따른 짝짓기 방법이다. 우리가 같은 고향 사람을 만나면 더 쉽게 친해지고 더 잘 통하듯이 술과 음식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예를들어 프랑스의 와인의 경우도 소테른 지역의 스위트 와인과 거위 간 요리, 이태리 와인과 파스타, 스페인 와인과 하몽이 잘 어울린다. 전통주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데 술이 생산되는 지역에는 마찬가지로 그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그 지역의 땅과 물과 기후에 의해 탄생한 술이 마찬가지로 그 지역의 땅과 물에 의해 만들어진 음식과 잘 맞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안동소주가 안동 간 고등어와 잘 맞고 제주도의 오메기 술이 갈치조림과 잘 어울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예)사삼주-더덕구이, 옥선주-오징어 회 무침 등

6)기타(제공온도, 시음순서)
음식에도 최고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온도가 있듯이 술에도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온도가 있다. 술이 가진 성격에 따라서 온도를 달리하여 마시는 것이 좋은데 예를 들어 입안에서의 청량감이나 상쾌한 넘김 또는 신 맛이 주 목적이 되는 술이라면(막걸리 등) 6도~8도 정도로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목적한 바에 부합되도록 술을 즐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 반대로 풍부한 향을 즐기고 싶은 술이라면 최적의 온도는 12~16도 정도로 그것보다 묵직한 타입이라면 17~18도로 즐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희석소주나 맥주를 차게 마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개운함과 씻어내는 것이지 향과 맛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의 음식과 술이 있다면 순서를 정해서 즐기는 것이 좋다.
알코올 도수에 따라서는 낮은 술에서 높은 술로 즐기고 가벼운 풍미의 술에서 무거운 술로, 고가의 술과 저가의 술이 있다면 저가의 술에서 고가의 술로 하는 것이 술의 진가를 느끼기에 좋으며 음식의 순서도 가벼운 음식에서 무거운 음식의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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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설명한 음식과 전통주의 조화 방법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반대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음식과 술의 조화는 서양이나 한국이나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본인이 맛있다고 생각되는 방법이 최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제의 연구나 시행착오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한국의 음주와 음식문화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화를 윤택하게 해주고 분위기를 흥겹게 해주며 사업과 행사 남녀 관계 등 여러 가지 일들에 지대한 공헌을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이렇게 고맙고 늘 즐기는 술이라면 좀 더 폼 나고 분위기 있게 그리고 맛있게 즐길 방법은 없을까? 술에 대해 알고 공부하는 것도 그런 방법이겠지만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가장 와 닿는 부분은 바로 현장에서 어떤 술을 어떤 안주와 먹을 것인가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소주에 아무거나를 외치기보다는 멋지고 풍류 있게 술을 즐기기 위해서 오늘은 어떤 술에 무엇을 먹을지 생각해 보자. 국가 차원에서도 한국의 음식과 전통주들을 묶어서 함께 홍보하고 지역사회에서도 전통주 시장 확대를 위해 지역축제를 통해 적극적인 홍보를 한다면 프랑스의 와이너리 투어 부럽지 않은 술과 지역 음식의 멋진 상품이 탄생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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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오형우(Dean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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