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철의 스파클링 와인(샴페인)은 과학의 작품

2021.04.30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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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링 와인(샴페인)은 과학의 작품

 

테텡저의 와인메이커 피에르 에마뉘엘 테탱저(Pierre-Emmanuel Taittinger)는 최근 한 인터뷰(Le Figaro newspaper)에서 영국에서 실수로 스파클링 와인이 처음 만들어졌다.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샴페인이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샴페인을 비롯한 스파클링 와인은 과학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술이라서산업혁명의 끄나풀을 당긴 영국에서 탄생했을 거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다프랑스 사람 그것도 샴페인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스파클링 와인의 탄생지를 프랑스가 아닌 영국이라고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가장 오래된 스파클링 와인은?

그러나 프랑스 정부에서 인정하는 가장 오래된 스파클링 와인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원산지명칭으로 블랑케트 메토드 앙세스트랄(Blanquette Méthode Ancéstrale)이란 와인이다이 와인은 랑그도크(Languedoc)의 리무(Limoux)에 있는 생틸레르(Saint-Hilaire) 베네딕트 수도원의 수도승이 1531년 문서에 모작(Mauzac)과 다른 품종을 섞어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어서와인 병에 1531이라는 숫자를 큼직하게 써놓고 있다당시는 플라스크 형태의 병에 코르크마개를 사용하였다고 한다이들은 한 수 더 떠서 동일한 베네딕트 수도승인 동페리뇽이 순례 중에 이곳 리무를 방문하여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갔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스파클링 와인은 와인과 직접 관련 없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루어진 것으로가장 중요한 요인은 1700년대 유리병 제조기술이 향상되면서 고압에 견딜 수 있는 유리병의 출현이라고 할 수 있다. 1500년대에 우연히 재발효가 일어난 와인을 발견했을 수는 있으나이를 지속적으로 생산했을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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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이용하는 재치

와인을 만들다 보면본의 아니게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때가 있다당분과 이스트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주병한 경우에 스파클링 와인으로 변하기 때문이다겨울에는 별 일이 없지만봄이 되어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병 안에서 다시 발효가 시작되어 탄산가스가 가득 차게 된다와인의 역사가 얼마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도 와인 만드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있다그러니까 와인 양조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에서 스파클링 와인이 나올 확률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병에서 발효가 일어나면 탄산가스가 생성되면서 병 속의 압력이 증가하여 병이 깨지거나병뚜껑이 날아가 버린다그 동안 무수한 사람들이 이러한 현상을 경험하였지만병이 깨지면서 유리조각이 흩어지고와인이 바닥에 흘러내려 귀찮다고만 생각했지이것을 마셔보고 입안에서 별이 왔다 갔다 하는 와인을 일부러 만들어 볼 생각을 안 한 것이다그러니까 이 현상을 지나치지 않고 그 원리를 이용할 수 있는 재치가 있어야 한다.

 

고압에 견디는 유리병의 출현이 발단

일반적으로 동페리뇽이 샴페인을 처음 만들었다고 하지만처음 만들어진 시기를 정확하게 밝히기는 어렵다분명한 것으로 스파클링 와인은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유리병이 나온 다음에야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영국에서는 1600년대에 석탄을 태워서 얻은 고열로 강한 유리병을 만들었고이때 나무통으로 수입된 프랑스 와인이나 자국의 와인을 유리병에 넣고 밀봉시키다가 실수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1662년 영국의 크리스토퍼 메렛(Christopher Merret)은 당분을 첨가하여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기록하였기 때문에 스파클링 와인은 영국에서 탄생했다고 보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그리고 그 원리는 1800년대 후반에 파스퇴르가 알코올 발효와 탄산가스의 관계를 규명하면서 알려졌지만본격적인 스파클링 와인의 시작은 1700년대 후반으로 보고 있다이때도 과학적인 원리를 확실하게 모를 때라서 우연의 기회에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

 

동페리뇽(Dom Pierre Pérignon, 1638-1715)

샴페인은 특정인의 발명품 아니고오랜 세월 동안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개선을 거듭하여 탄생한 것이지만이 스파클링 와인을 최초로 만든 사람은 동페리뇽으로 알려져 있다그는 샹파뉴 지방에 있는 오빌레(Hautvillers)의 사원에서 와인 양조책임자로 일했었다(1668-1715). 20세에 베네딕트 수도원의 수도승이 되어, 30세부터 랭스에 있는 오빌레 수도원에서 일하기 시작하여 수도원 생활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책임지고 있었다그는 와인을 마시지는 않았지만와인을 잘 만들고 사업적인 수완도 좋아서 수도원의 포도밭을 넓이고수도원의 와인 가격도 주변보다 네 배나 비싸게 받을 수 있었다또 레드 와인 품종으로 화이트 와인을 최초로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특히 가지치기를 짧게 해서 단위면적 당 수확량을 줄여서 와인의 품질을 높였으며기온이 낮은 아침에 포도를 수확을 하여 아로마를 보존하고포도밭에 압착기를 설치하여 수확 즉시 압착하여 주스를 짰다그러면서 포도밭을 구분하여 와인을 별도로 담그고나무통보다는 유리그릇에 와인을 보관하여 와인의 신선도를 유지하였다.

 

사실동페리뇽이 만든 와인은 신선한 레드 와인이 대부분이었었다동페리뇽과 같은 나라에서 같은 해에 태어나서 같은 해에 죽은 루이 14세는 이 와인을 프랑스 최고의 와인이라면서 즐겨 마셨고이에 귀족들도 즐겨 마시면서 샴페인의 명성이 올라간 것이다스파클링 샴페인은 이후 몇 십 년이 더 흐른 다음에 유행하게 된다. 1715년 루이 14세가 죽은 후에 루이 15세의 섭정을 맡은 오를레앙 공작이 스파클링 샴페인을 즐겨 마셨다는 기록이 나오는데이때부터 샴페인 지방에서 스틸 와인에서 스파클링 와인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1700년대 말까지 샹파뉴 지방 와인의 90 %는 스틸 와인이었다이렇게 따져 보면동페리뇽이 와인양조에서 혁신적인 공로를 세운 것은 분명하지만샴페인을 발견했다는 증거는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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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페리뇽의 명성은 후배 덕분에

그러다가 1821년 오빌레 수도원에서 동 그로사르(Dom Grossard)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동페리뇽을 샴페인 발명가로 추대하여동페리뇽뿐 아니라 오빌레 수도원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그는 동페리뇽이 처음으로 코르크를 사용하고포도 맛을 보고 포도밭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그리고 모엣 샹동에서 1936년부터 최고급 샴페인에 동페리뇽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팔기 시작하여 동페리뇽은 샴페인의 발명가이며또 고급 샴페인의 대명사로 우리에게 각인된다참고로동페리뇽이 장님이란 소문은 그가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을 자주 하는 데서 해석을 잘못하여 그렇게 전달된 것으로 그는 장님이 아니었다.

 

과학발전으로 완성된 스파클링 와인

과학의 발전이 스파클링 와인의 발전에 필수적인 사항이었다고압에 견딜 수 있는 유리병의 출현과 이를 완벽하게 밀봉시키는 기술의 발전고압과 고농도의 알코올에 견딜 수 있는 이스트의 개발찌꺼기 제거를 위한 냉동기술의 발달 등 과학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술이 스파클링 와인이다. 1800년대 초 뵈브 클리코 시절만 하더라도, 2차 발효의 개념이 없었던 때라서 대부분의 샴페인은 스위트였고찌꺼기를 제거하지 않고 마셨기 때문에 잔에 따른 샴페인은 찌꺼기로 인하여 큰 거품이 일어나 아주 혼탁한 상태였다그러나 유리잔이 나오면서 와인의 미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이에 구멍 뚫린 나무판 즉 퓌피트르(Pupitre)를 고안하여 찌꺼기 제거 기술을 개발한다그리고 와인에 설탕을 첨가하여 2차 발효시키는 방법을 개발하여 완벽한 발효를 유도하고, 1818년에는 최초로 로제 샴페인까지 만들었으니까 뵈브 클리코가 샴페인 발전에 세운 공로는 대단한 것이다드라이 타입(Brut)의 샴페인은 뵈브 포므리(Veuve Pommery) 1874년 빅토리아 여왕의 요청에 따라 최초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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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큰 발전은 냉동기술의 도입이다냉동기술은 1800년대 말부터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으니까 샴페인의 병목을 얼게 만들어 찌꺼기를 제거하는 방법은 20세기 이후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냉동기술이 없었던 시절에 병에 가라앉은 찌꺼기를 어떻게 제거했을까숙달된 기술자가 찌꺼기를 병구에 모은 다음에 병구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해서 마개를 제거하고 얼른 다시 손으로 막았으니까 상당한 와인의 손실이 있었을 것이다지금은 찌꺼기를 냉동시켜 제거하니까 보다 맑은 샴페인이 되고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게 스파클링 와인은 170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하여 1700년대 말에 보편적으로 생산되었고지난 300년 동안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오늘날 상류사회를 상징하고최고의 사치품약혼결혼세례기념일 등 축하하는 행사에는 없어서는 안 될 기쁨과 행복의 술이 된 것이다.

 

WRITTEN BY 김준철 (Jun Cheol Kim)

한국와인협회 회장

(President of Korea Wine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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