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사람들의 와인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

2021.04.30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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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자국 와인에 대해서 얼마나 대단한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와인생산의 오랜 역사와인이 몰도바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와인의 수출량을 알면 그들의 자부심과 열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이제 몇 가지 예를 통해 그러한 자부심과 열정이 와인의 마케팅과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몰도바 사람들은 자국의 영토가 한 송이의 포도를 닮았다고 설명한다그래서 ‘The Grape Country’라고 부르기도 한다실제로 몰도바 지도를 보면서 이 설명을 들으면 누구나 공감하게 된다과거의 베사라비아 영토가 그대로 현재의 몰도바가 되었다면 이러한 해석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어쩌면 역사의 아이러니다국토의 형태 때문에 몰도바가 이미 오래 전부터 와인강국이었고 앞으로 와인산업이 더욱더 성장하리라는 것은 어쩌면 타고난 운명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2013년에 설립된 몰도바와인협회(NOVW: National Office for Vine and Wine)의 로고의 중심에는 지도가 포도송이 형태로 놓여 있다이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황새다이 황새는 부활하는 몰도바 와인산업을 상징한다고 한다몰도바 와인의 슬로건인 ‘Wine of Moldova – A Legend Alive’와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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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와인협회의 로고>



황새와 관련해서는 몰도바에 전설이 하나 있다과거 오스만 제국이 몰다비아 공국을 침공해서 소로카(Soroca)의 성을 포위했을 때 공국의 군인들이 용감하게 싸웠지만 식량과 물이 떨어져서 기력이 쇠진하게 되었다이때 갑자기 수백 마리의 황새가 날아와 바람과 강한 날갯짓으로 오스만 제국의 군인들에게 어려움을 주었으며반면 공국의 군인들에게는 부리에 물고 있던 포도들을 떨어뜨려 허기와 갈증을 해결해 주었다이에 공국의 군인들이 요새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침략자들이 퇴각했다그때부터 황새는 행복과 만족의 상징이라고 한다.

 

와인과 관련된 특별한 날들이 있다우리가 가장 잘 아는 것은 아마도 말벡 월드 데이(Malbec World Day)일 것이다매년 4 17일이 그날인데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품종인 말벡의 프로모션을 위해 아르헨티나와인협회(Wines of Argentina) 2011년에 만든 것이다특정의 포도품종을 프로모션하기 위한 것으로는 인터내셔날 그르나슈 데이(International Grenache Day)도 유명하다매년 9월 셋째 주 금요일이 그날이며 그르나슈 협회(Grenache Association) 2010년에 만들었다.

 

포도품종과 무관하게 National Wine Day를 기념하는 나라가 있을까우리나라에서는 10 14일이 와인데이라고 하며미국에서는 매년 2 18일이 National Drink Wine Day이며, 2009년부터는 5 25일을 National Wine Day라고 부른다그러나 이러한 행사들은 범국가적인 행사가 아니다정부 차원에서 National Wine Day를 만든 유일한 나라가 바로 몰도바다. 2001년부터 매년 10월 첫째 주말에 이 행사가 열리는데 몰도바 와인의 축제임과 동시에 와인생산의 전통을 기리는 의미도 갖고 있다와이너리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는데메인 이벤트는 수도인 키시너우의 중심에 있는 국회광장(Great National Assembly Square)에서 열린다이 광장은 정부청사(Government House)와 개선문(Triumphal Arch)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공식 행사와 공연을 위한 중앙 무대와 수십 개의 와이너리 부스가 자리잡고 있다와이너리 부스에서는 국내외에서 온 약 10만 명의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이틀 동안 와인을 시음과 구매할 수 있게 하고 홍보물을 나눠준다진지한 와인 테이스팅 이벤트도 열린다와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와인에 곁들이기 좋은 음식도 있다민속춤도 있고 전통 음악도 있으며 클래식 공연과 현대 음악도 있다메인 행사장을 조금 벗어나서 개선문과 동방정교 성당인 키시너우 대성당(Nativity of Christ Cathedral) 사이에는 수공예품이나 농산물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음식의 판매도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앉아서 와인을 마시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넉넉히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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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흩어져 있는 와이너리에서는 독자적인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주말 내내 몰도바 전국에서 와인의 향기가 넘쳐 흐른다만약 와인애호가로서 몰도바를 방문할 계획이 있으면 National Wine Day의 일정에 맞추어 가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키시너우에서의 축제에서 와인뿐만 아니라 민속적인 것 등 많은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개별 와이너리가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프로그램도 다른 때와는 달리 풍성하고 특별하다작년의 행사기간 동안 내가 방문했던 와이너리 중에서는 아스코니(Asconi) 와이너리에서의 행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와인 시음과 전통 음식은 기본이며 전통 음악과 춤 공연이 방문객들을 즐겁게 했다.

 

이상의 내용들은 몰도바 와인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운명적으로 혹은 정부 차원에서 나타난 경우다몰도바 사람들의 실생활에서도 몇 가지 예를 찾아볼 수 있다키시너우 시내에 있는 비교적 좋은 시설의 호텔에 가면 몰도바 와인이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또한 호텔의 레스토랑과 바에서 마실 수 있는 와인은 거의 몰도바에서 생산된 것이다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와인을 찾아보기 힘들다몰도바의 경제적 수준 때문에 다른 나라의 와인 수입이 미미하기도 하지만 호텔에 투숙하는 손님들에게 몰도바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러시아 문학가의 이름을 딴 알렉산더 푸시킨(Alexander Pushkin) 거리에 가면 ‘Embargo’라는 이름을 가진 와인바가 있다몰도바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에서 독립한 후 유럽연합에 가까워지려고 시도하자 이를 괘씸하게 여긴 러시아가 2006년과 2013년에 몰도바 와인 금수조치를 취한 역사적 사건을 와인바의 이름으로 정한 것이다키시너우에 있는 멋진 레스토랑 프로파간다에서의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maybewine’이다몰도바에 처음 간 날 이 사실을 알게 되고는 웃으며 남다르다고 생각한 기억이 난다와인바를 겸한 와인샵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ilovewine’이다와인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있는 사람들만 생각해 낼 수 있는 재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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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몰도바의 관문인 키시너우 국제공항과 관련된 몇 년 전의 해프닝을 하나 소개하자권위 있는 와인매거진 디캔터(Decanter) Digital Content Manager인 엘리 더글라스(Ellie Douglas) 2017 6 30일에 ‘Moldova gets first wine airport’라는 글을 발표했다몰도바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서 키시너우 국제공항의 이름을 ‘Wines of Moldova Airport’로 바꾸기로 결정하고 이를 통해서 몰도바 와인산업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기사다이 기사에 의하면 키사너우 국제공항이 세계 최초로 와인공항이 된다는 것이다과거에 마주앙 공장장이었던 김준철 소믈리에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 내용을 소개했고소믈리에타임즈도 2017 7 3일에 같은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내가 국내에서 이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궁금해서 구글을 통해서 검색해보니 몰도바 내에서는 이 내용과 모순되는 기사가 실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8 2월에 다시 몰도바에 갔을 때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내 눈으로 직접 공항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디캔터의 기사는 오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몰도바의 diez.md라는 Youth News Portal 2017년 여름에 키시너우 국제공항의 이름을 변경하는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었다. 8천 명 이상이 참여한 이 설문조사에서 공항의 이름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가장 많게 31.82%를 차지했다. ‘Wine of Moldova Airport’로 바꾸자는 의견이 14.9%, 몰도바의 최초 여성 비행사인 올가 쿨릭(Olga Culic)의 이름을 사용하자는 의견이 10.63%, 왈츠곡 ‘Gramofon’ ‘My Sweet and Tender Beast’를 역대 최고의 클래식 200곡에 올린 몰도바 출신의 유명한 작곡가 에우젠 도가(Eugen Doga)의 이름을 사용하자는 의견이 9.76%로 그 뒤를 이었다이에 키시너우 국제공항 측은 이러한 설문조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Wine of Moldova’처럼 몰도바의 프로모션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가까운 미래에 공항의 이름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이와 같이 키시너우의 국제공항 이름이 변경되지 않았지만 왜 디캔터가 잘못된 기사를 내보냈는지 모르겠다이 디캔터 기사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여러 나라에서 인용되거나 인용 없이 같은 내용으로 보도되었다아주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여하튼 공항의 이름을 바꿀 경우 ‘Wine of Moldova Airport’로 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는 사실은 와인이 몰도바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 준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 University Lecturer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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