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현대미술랜드마크(주)갤러리씨씨 '이상미'대표님

2021.05.01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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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ENT
갤러리 운영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이상미
2014년 가을, 15년의 유럽 생활을 마치고 한국 귀국 후 첫 프로젝트로,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이탈리아 트랜스아방가르드(Transavantgarde)의 거장인 산드로키아(SandroChia)의 전시의 총괄 기획을 맡았는데요. 제가 해외에서 배우고 익힌 이론과 실기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새로운 배움의 터로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했어요. 동시에 세계적인 거장과의 협업은 제 자신이 갖는 사회적 역할과 의무에 대해 자문을 하게 된 중요한 시기이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대형 전시 기획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가지 질문이 제 머릿속에 항상 계속 맴돌았거든요. “왜 이런 해외 전시 컨텐츠를 수억에 해당하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진행하는 걸까? K-팝 혹은 K-드라마처럼, 우리에게 K-art 는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라는 물음들을 머릿속에서 떼어낼 수가 없었거든요.

세계 예술사에서 한 획을 그은 해외의 저명한 거장과의 협업의 시간은, 저로 하여금 국내 작가들의 예술적 역량을 되돌아보게 했고, 그들의 국제적 감각을 재발견하게 해주었어요. 그 성장 가능성을 공감하면서 이를 해외에 당당하게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갖도록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어요. 다시 말해, 예술적이고, 독창적이지만 대중성을 동시에 겸비한 가능성 높은 예술 컨텐츠들을 발굴하고 기획해서 전세계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무형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우리 예술 역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다짐을 하게 된 시기였던 셈이에요.

그에 대한 우선적이고 실질적 행동으로 1차 미술시장의 선봉에 위치한 갤러리 진입은 일말의 고민도 필요 없는 필연적인 순서였고요.

Beginning of My own Gallery
물론 이를 위해서 다양한 측면에서의 부단한 노력을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솔직히, 한국 미술시장만이 갖는 독특한 특성이라던가 조직 내에서의 문화적 요소들에 대한 적응은 해외에서의 체류생활이 짧지 않았던 저에게 꽤나 힘겨웠던 부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갤러리스트로서 미술 시장에 진입한 작년 하반기와 지금의 저를 짧은 시기지만 비교해 보면, 제가 생각했던 예술을 향한 주관적인 가치관과 관점에 대한 “이질감”은 오히려 저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함”, “개성”, ”독창성” 등의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요소로 융화되면서 갤러리 운영에 큰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물론 기존 미술 시장의 좋은 부분들은 따르려고 열심히 배우는 중이에요.

국내외 미술시장의 전문가들은 하나같은 목소리로 말해요. 작가의 가능성, 작품의 예술성 및 시장의 상업적 가치들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종합적인 안목을 갖춰야 진정한 갤러리스트로 거듭날 수 있다고요. 저 역시 100% 공감하는 부분이고, 누구 못지않게 최선을 다해서 치열하게 지냈던 유학기간 동안 이론은 물론이고, 많은 실전 경험들을 쌓는데 주력했는데요. 돌이켜보면 입가에 엷은 미소가 퍼져요.

파리 중심부인 샹젤리제에 위치한 현대 미술 갤러리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컬렉터들과 어떻게 신뢰를 쌓아야 하는지에 대한 관계에 대한 접근론적인 고뇌를 하던 진지한 시간도 있었고요. 진품과 가품을 가려내는 미술품 감정사 연구실에서의 근무 기간에는 아시아 및 한국 전통 예술의 그 무한한 가치에 대해 재발견한 값진 시간들이었어요. 또한 파리 드루오 경매회사에서의 업무는 저로 하여금 거시적인 미술 시장의 큰 흐름을 한눈에 알아보는 안목을 키워줬던 것 같아요.

파리 현지에서의 다양한 실무 경험들 그리고 서양 예술사와 미학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을 함양시켰던 학업 수행과 논문 연구의 그 기나긴 시간들을 아우르는 저의 유럽 체류기간 동안의 많은 경험들은 저의 갤러리 경영 활동을 하는데 있어 큰 자양분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사업적으로는 경험이 많이 부족해서 매 순간 순간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중이에요. 다행하게도 아직까지는, 시행 착오 속에서 느꼈던 솔직한 감정들과 교훈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면의 분들과 교류를 하면서 알찬 전시 기획과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진행 시키고 부단히 노력 중이에요. 특히, 항상 배우려는 오픈 마인드와 겸손한 자세로 임하고자 항상 제 자신을 돌아보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THE SCENT
(주)갤러리씨씨는 2016년도에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나요?

이상미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가장 고민한 것은 문화 예술 컨텐츠간의 융복합이었어요.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한 것과 같이, IT 혁명 이후 급변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유형이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미술 시장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예술간의 융복합이 절실하다는데 깊이 공감하고 있었죠.

현대 무용이 복잡하고 요란한 설치물 덩어리들 사이에서 표현되고, 매끄러운 청동 조각이 현란한 디지털 영상들과 함께 곳곳에 표류하듯 설치되는 등 장르적인 이질감과 동질감이 저항하고 반저항하면서 때론 불혐화음으로, 또는 하모니로 공존하는 그런 느낌들.

물론 예술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이종 혹은 잡종(hybrid)이라는, 물론 혼합, 융합(fusion)이라고 순화돼서 표현되기도 하지만, 그 어감자체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이루어진 정형화된 인식들에 의해 부정적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긴 하죠. 하지만 현대와 같은 복잡다단한 삶과 문화 속에 이런 예술적 융합에 관한 대중적 요구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하죠. 우리가 흔히 자주 언급하는 순도 높은 예술도 어떤 시기의 중첩 속에서 파생된 이단아 같은 존재였던 경우가 예술사에서 심심치 않게 읽혀지잖아요. 전 그래서 이런 예술적 융복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이 대목이라고 생각해요. 이단아들의 예기치 않은 성공과 훗날 이들의 신격화를 지켜본 지금의 우리로서는 오늘날의 현실도 어쩌면 또 다른 가능성의 장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 갤러리의 경영방식에도 이런 개념을 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흔히 우리 모두가 생각하듯 갤러리가 단순히 예술 작품 거래가 이루어지는 한정적 개념의 장소가 아닌 갤러리 및 전시장 자체가 예술 컨텐츠가 되도록 여러 요소를 융복합화한 새롭고 모험적인 플랫폼을 만들어 예술 문화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싶어요. 그래서 해외까지 활동 폭을 다양하게 넓히고, 국제적인 감각의 인재는 물론, 곳곳의 창의적인 컨텐츠들을 발굴해서 그 가능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단기적인 성과로 현재 홍콩을 기반으로 한 중국은 물론 프랑스를 거점으로 한 유럽까지 저희 갤러리와 함께 일할 전문가 그룹인 파트너사들과 여러 문화 예술 컨텐츠들을 확보해놓고, 이에 따른 가시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낼 계획이에요.

현재는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Saatchi Gallery London)에서 한국인 최초 단독 개인전을 다음달 5월 12일부터 진행하는 전시가 상반기 저희 갤러리의 연계 전시 프로그램으로 기획준비 중이에요.



THE SCENT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어떤 것인가요?

이상미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와인을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고 말하곤 하잖아요. 문화가 와인을 담았는지 혹은 그 반대인지의 논쟁 여부를 떠나 프랑스 보르도 와이너리 ‘샤토 무통 로칠드’가 2013년 산 와인 라벨에 한국 현대 미술가인 이우환의 그림을 담았다는 소식은 정말 인상 깊었어요.

피카소, 칸딘스키, 키스 해링, 앤디 워홀 등 이름난 서양 대가들의 작품을 매년 와인 라벨에 담았던 무통 로칠드에 비서양권 그것도 한국 화가가 선정된 소식은 저로서는 무척이나 반갑더라고요. 당장 한 병이라도 구매해서 그 맛을 보고 싶은 충동을, 또 빈 병은 작품으로서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느낄 정도였으니깐. 아직까지 이우환 작가님의 작품을 소장하진 못한 관계로… 

다년간의 파리 체류로 인하여 프랑스 와인을 익숙하게 접한 제게 와인에 대한 기본적 지식은 프랑스산에 한하고 있어요. 물론 향미가 좋은 이탈리아산이나 경제적인 칠레산도 지인들과 자주 즐기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나 스파클링을 선호하는 저에게 있어서 프랑스 샴페인은 가히 절대적인 선택이거든요.

제게 샴페인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다른 요리 없이 와인 그 자체만으로 즐길 수 있다는 독립성이에요. 작품 그 자체로 충만함을 주는 예술, 그러한 예술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샴페인이 주는 그러한 매력 역시 저의 개인적인 기호와 맞닿아 있거든요. 모두가 공감하다시피 샴페인은 와인에 가스가 녹아있는 신비롭고 매력적인 음료인데요. 그 중에서도 백포도 만으로 만드는 화이트 샹파뉴 인 블랑 드 블랑을 특히나 좋아해요. 지난 가을 ‘흙의 화가’로 정평이 난 재불작가인 채성필 작가님을 모시고 기획한 오프닝 파티에서도 블랑 드 블랑으로 당시의 분위기를 만끽했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물론 샴페인은 각종 파티나 행사에 자주 등장하여 화려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음료이기도 하죠. 하지만 사물이나 사건을 그가 갖는 일상적 의미나 현상만이 아닌 이면의 의외성과 이로 인한 생경함, 그리고 그 설레임을 즐기는 저에게 있어 샴페인은 다른 대상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시원하게 칠링된 기포가 완벽하게 샘솟는 샴페인 한잔은 차분히 가라앉은 밤의 기운과 묘하게 어우러져 고단하고 치열했던 하루의 끝을 기분 좋은 충만함으로 마무리하게 해주거든요.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으로 각인된 피상적인 외피로서만이 아닌 오히려 가장 편안하게 혼자서 어제 읽다만 책을 이어서 읽으면서 사색할 수 있는 풍요로운 시간을 갖게 해주는 고마운 친구이자 편안하고 오래된 연인 같은... 물론 너무 지쳐 침대에 쓰러져서 기절하듯 잠들 때를 제외하고… 이런 휴식 같은 샴페인 한잔이야말로 제게 가장 적합한 와인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에게 있어 와인은 이러한 개인적인 선호도를 배제하고서라도 업무와 관련해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받는 일종의 사업 파트너에요.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항상 이뤄진다는 점과 그 속에서 접하는 다채롭고 흥미로운 정보 교환을 들 수 있는데요. 이러한 교류 속에 놓이는 예술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선호하는 매력적인 주제거든요. 그리고 이를 더욱 무드 있고 부드럽게 이끌어주는 와인은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촉매제인 셈이니깐요. 이렇게 와인은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저와 함께하는 친구이며, 연인이자 비즈니스 파트너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현대 예술은 과거사에서 일컬어지던 일부 극소수의 전유물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우리의 일상 속으로 점점 더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있는데요. 와인 역시 예전처럼 귀하고 어렵게 구해서 일부 계층만 즐겼던 사치품의 이미지는 이미 벗어난 대중화로 들어섰다고 보여지는데요. 저에겐 너무나 소중한 와인과 예술이 두 요소가 더욱 더 우리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 들기를 기원해 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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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 현대미술랜드마크 ㈜갤러리씨씨 ‘이상미’ 대표님

프랑스 파리 고등예술연구원(IESA) 학사 및 그랑제꼴인 파리고등실천연구원(EPHE) 서양예술사 석사 취득 이후, 파리고등사회과학연구원(EHESS)에서 예술과 언어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주)갤러리씨씨 대표로 활동 중이다.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통신부 소속인 자격증을 외국인 최초 수석으로 취득하였으며, 파리 현대 미술갤러리 및 드루오 경매회사에서의 다양하고 탄탄한 실무 경험과 함께 여러 매체에 기사와 칼럼을 기고하는 등 실무와 이론을 동시에 겸비한 실력자이다. 한국 귀국 직후 2015년 상반기에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이탈리아 트랜스아방가르드의 세계적인 거장인 산드로키아의 <키아: 환상과 신화>전을 총괄 기획 진행하여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갤러리 씨씨의 개관전으로 엄선된 재불작가 채성필의 <묘한 만남(Rencontre mysterieuse>전 역시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2016년 현재 채작가의 예술 작품들이 세계미술경매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며 예술작품의 투자성을 읽어내는 거시적 안목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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