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참가기

2021.05.09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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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참가기

오늘은 지난 8월 28일 베스트 웨스턴 서울 가든 호텔에서 열렸던 한국 국제 소믈리에 협회가 주최, 주관한 제11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대회 참가기를 써보고자 합니다. 
쑥스럽지만 결과부터 말씀 드리면 너무나도 감사하고 영광스럽게도 제가 세계 소믈리에 대회 선발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사실 이 대회뿐 아니라 국내에서 열린 거의 모든 와인 관련대회를 참가해보고 수상한 저로서는 출전을 결정하는 자체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시쳇말로 ‘잘되면 본전이고 못하면 망신’인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고 제가 가르친 제자와 함께 대회에 출전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주위에서는 “대회 같은 거 나간다고 바뀌는 것도 없는데 왜 나가냐”는 식의 김빠지게 하는 말이 들리기도 했었고 심지어 이번엔 대회가 생중계까지 된다고 하니 더더욱 큰 부담이 든 것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괜한 엄살이 아니라 대회를 준비할 시간과 여유가 전혀 없었기에 출전 했다가 괜한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 또한 컸습니다. 
하지만 3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과 체면과 자존심이 상할까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지금껏 그랬듯이 계속해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에 출전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시험을 앞두고는 긴장한 탓에 이틀간 세시간 정도 밖에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쟁쟁한 소믈리에 분들과 겨루는 진검 승부 앞에 걱정과 약간의 주눅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필기 시험은 8월 22일 치러졌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모인 여러 소믈리에들은 즐겁게 인사를 나누는 와중에도 시험에 대한 긴장감을 감출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필기 시험은 2종의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과 함께 치러졌는데, 필기 시험 문제의 난이도가 속으로 “이거 큰일 났구나”란 생각이 들 만큼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역시 스파클링 와인이 출제되어서 참가자들의 허를 찔렀고 레드 와인은 품종은 짐작이 가지만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스타일의 와인이라서 혼란스러웠습니다. 
보르도 스타일과 유사한 유럽 스타일의 와인이라는 것은 짐작이 같지만 강도와 컬러를 봤을 때 보르도 와인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달리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보르도 와인을 정답으로 제출했지만 답은 몰도바의 카베르네 소비뇽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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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예선을 통과해서 8월 27일 준결승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준결승은 30분간 와인 2종, 스피릿 2종, 전통주 1종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주어진 음식을 먹어보고 어울리는 와인을 골라서 그 이유를 기술하는 시험, 디캔팅 서비스, 즉흥적으로 주어진 와인에 대해서 설명하는 시험으로 치러졌는데,
역시 출제된 와인들이 접하기 쉬운 품종들이 아니었고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디캔팅을 마치고 갑자기 주어진 와인을 2분이라는 시간에 설명해야 하는 압박감이 상당했습니다.
게다가 모든 언어는 영어를 사용해야 했으므로 실제로 체감되는 어려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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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모든 것을 불태웠다’고 생각이 들만큼 녹초가 돼있던 저는 솔직히 결승은 정말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잠을 못 자 피곤했지만 가볍고 초연한 마음으로 결승 진출 자 발표와 결승전이 열릴 호텔로 향했습니다. 항상 가장 떨리고도 괴로운 순간이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요? 
게다가 이 대회는 잔인하게도 모든 출전자 들을 무대에 올리고 나서 결승 진출자만을 남겨놓습니다. 탈락한 사람들은 쓸쓸히 무대를 내려와야 하는데 그 기분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모를 겁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제가 결승을 치를 3명 중 하나로 이름이 불렸고 2번으로 무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대기자들은 격리된 상태에서 초조하게 자기 순서를 기다리게 되는데 정말 시간이 안 갑니다. 
게다가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래야 하는 건지 안 가길 바래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운 기분이 듭니다. 핀 마이크를 달고 무대에 서보면 정말 앞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혼자만의 싸움이 시작되는 거죠. 
기계적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빠른 속도로 해야 합니다.
6명의 손님을 두고 하는 5분간의 디캔팅 서비스, 5분간 3명의 손님의 상황에 맞는 와인을 각각 추천하기, 주어진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 추천하기, 
와인 리스트 수정, 15분간 10종의 와인과 스피릿, 전통주 테이스팅 그리고 어디서 나올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돌발 퀴즈를 풀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면 대략 4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정말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진이 빠집니다. 
이번 결승에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와인으로 중국 와인과 그리스 와인이 출제 되는 등 난이도가 정말이지 엄청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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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대회는 국가대표 소믈리에 선발 외에도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3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 소믈리에 대회 참가 선수를 뽑는 것이죠. 
2013년도부터 올해 2015년도까지 국가대표 부문 3위 이내 입상자들이 모여 다시 한번 승부를 해 승자를 가리게 됩니다. 
저는 2012년도 1위였고 때문에 올해 선발전에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대표 부분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했습니다. 
저는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에 최소 3위를 확보해 논 상태였고 국가대표 결승전을 마치고 나선 세계대회 선발전을 생각해야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선발전은 필기시험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서 결승에 오를 3명을 뽑고 무대에서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입니다.
이미 국내 최고 수준으로 검증을 받으신 분들과 하는 경쟁이기 때문에 긴장감과 난이도는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저는 이미 국가대표 결승을 치르느라 거의 탈진 상태였고 수면부족으로 두통은 물론 눈도 아픈, 속된 말로 ‘맛이 간’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레이스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필기시험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치렀고 쓰러질 것 같은 몸과 심정으로 결승 진출자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하하, 이거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3명 안에 들게 되어 저는 또 한번 40분간 요즘 말로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무대에 서게 되었습니다. 3번째로 무대에 선 저는 정말 아무 것도 안보이고, 안 들리고, 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사실 선발전 결승은 국가대표 부문 준결승이나 결승에 비해서 제가 생각해도 이해가 안될 만큼 잔 실수가 많았습니다. 
잘못된 것을 하면서도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만큼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돌발 퀴즈도 말도 안 되는 초보적인 실수들로 3~4문제는놓쳤는데 제가 말해놓고도 웃음이 나올 만큼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단지 “마지막이니까 정신 잡고 하자”는 맘으로 임했던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결과가 좋아서 다른 분들보다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승전 와인도 루마니아 와인 등 생소한 와인과 스피릿으로 채워졌는데 저는 와인도 와인이지만 평소 다른 술들에 두루 관심과 경험이 많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결승 진출자 3명을 무대위로 불러서 1위 수상자가 발표되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제 이름이 불리고 사람들의 박수가 울려 퍼졌습니다. 
사실 그때는 실감도 잘 안 났고 지금도 조금은 무덤덤하지만 생각할수록 기쁘고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감정이 벅차 오릅니다. 
무작정 와인이 좋아서 읽은 책을 보고 또 보고, 학원 갈 돈이 없어서 독학했던 시절, 만원 짜리 와인들도 접할 수 없어서 주변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해준 돈으로 준비한 첫 대회. 
와인 잔도 없어서 맥주 컵에 와인을 따라 연습했던 기억들. 
그런 시간이 지나고 이젠 제가 한국을 대표해서 세계의 유명 소믈리에들과 함께 경쟁하다니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저는 요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제는 와인을 공부할 수 있을 만큼은 돈도 있고 와인도 많이 마실 수 있고 와인 잔도 있고 모든 면에서 상황이 좋아졌는데 왜 공부는 옛날만큼 열심히 안 하는 거야?” 그러면서 큰 반성을 합니다. 
제 스스로 와인을 좋아하는 마음과 간절한 마음이 끊임없이 계속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이 글을 빌어 저에게 와인을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있을 세계 소믈리에 대회에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결과에 상관없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 소믈리에나 식음료 종사자가 계신다면 대회에 도전해 보시라고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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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우/

경력사항
현 The Scent 수석기자
전 서울호텔관광전문학교 관광식음료과 교수
현 WSApdp 와인 아카데미 외부강사
현 한국 국제소믈리에협회 소믈리에 자격검정 출제&심사위원
전 와인21.com 객원기자
2010, 2013~2015년 코리아 와인챌린지 심사위원
2015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
2013~2015 아시아 와인트로피 심사위원
2013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심사위원
2013 코리아 와인어워즈 심사위원
2011년 농촌진흥청 전통주 홍보대사

자격사항
Court of Master Sommelier, Certified Sommelier
FWS(French Wine Scholar) Certificated
WSET Advanced Certificated
CIVB 보르도 와인 마스터코스 Certificated
BIVB 부르고뉴 와인 마스터코스 Certificated
스페인 와인 강사 인증서 취득
A+Australian Wine Level 1, Level2 Certificated
CSW(미국 와인 전문가 자격) Certificated
CSS(미국 증류주 전문가 자격) Certificated
(사)한국 국제 소믈리에 협회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증
한국 전통주 소믈리에 협회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일본 기키자케시(사케 소믈리에) 자격증

수상
2015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세계 소믈리에 대회 선발전(왕중왕전) 1위
2015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국가대표 부문 2위
2015 소믈리에 오브 더 이어 어드바이저 부문 1위
2014 테스코 파이니스트 와인앰버서더 선발대회 1위
2012 국가대표 소믈리에 대회 1위
2012 세계 사케소믈리에 대회 한국대표출전 Semi-Finalist
2012 대한민국 사케 소믈리에 챔피언쉽 최우수상
2011 국가대표 소믈리에 대회 장려상
2010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대회 1위
2010 남아공대사관 주회 남아공 소믈리에 월드컵 대회 2위
2009 쉐라톤워커힐&와인리뷰주관 와인 스페셜리스트 선발대회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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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오형우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22-08-05 16:57:08 뉴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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